난 순간 아, 했다. 조금 풀어졌다 싶었던 너의 표정이 나의 대답에 다시 굳어지는 걸 보았기 때문에. 차라리, 이런 대답 없이 평생 보지 않는 편이 제겐 더 나았을 거에요. 넌 한숨을 내뱉듯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. 울지는 않았지만 내 눈에 너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. 창 너머로 본 넌 테츠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지쳐 있었다.
" 아오미네 군, 바보입니까? "
내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테츠였다. 아카시는 한숨을 쉬었고, 미도리마는 그저 묵묵히 내려온 안경을 올렸다. 무라사키바라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과자를 집어먹고 있었다. 불쌍한 키 쨩. 이런 아호미네의 어디가 그렇게 좋다고. 사츠키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나에게 무슨 쪽지를 하나 건넸다.
" 키 쨩 폰 번호와 메일 주소. 키 쨩한테도 다이 쨩 번호 알려줬으니까 불러내서 화해 해. 키 쨩 들어오면 같이 맞춰야 하니까. "
침대에 누운 난 사츠키한테서 받은 쪽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. 바삐 쓰느라 날려 쓴 것 같았지만 네 글씨는 여전했다. 그걸 가만히 보고 있으니 몇 시간 전의 네 표정이 생각났다. 그냥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 대답에 굳어버린 그 표정. 가슴 한 켠이 욱신거렸다.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. 나다, 아오미, 까지 쓰다가 전부 지웠다. 네가 원하는 건 단 한 마디일 터.
『 아까는 말이 잘못 나왔어. 미안. 』
날짜가 바뀌고 날이 밝을 때까지 너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.
천농을 읽으면서 '아, 나중에 글 하나 써서 드릴까?'라는 생각을 했고,
8편 보고 나서 덧글로도 '완결이 가까워졌으니 드릴 글 준비하면 되는 건가요?'라고 했는데…
난 왜 그 날 당장 쓰기 시작한 거냐? ㅋㅋㅋㅋ 것도 달달한 글 드리다고 했는데 아오미네 시점이고 ㅋㅋㅋㅋ
(만약 천린아님이 생각하신 전개랑 다르다면 그냥 if...라고 생각해주세요 ㅎㅎㅎ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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